cafe
남자가 온다. 한참을 기다린다. 주변을 흘낏거린다. 나와도 두 번 눈이 마주친다. 일 하러 왔나? 이어서 여자가 온다.
서로 마주보는 순간 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진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와 둘 사이의 테이블로 어린 여자 둘이 들어온다. 입구에서부터 호들갑이다. 새로 나온 립 컬러, 뱀파이어, 내년부턴 못 놀아, 나도 늙었네, 한참을 이야기 하다 일어선다. 나도 따라 시선을 옮긴다.
두 여자가 일어선 자리에 다른 두 여자가 들어와 앉는다. 맞은 편에는 멀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넷이 와 앉는다. 태권도 금메달을 땄네, 김연경이 좋네, 몰디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싶네,
예의 그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빠른 속도로 카페를 빠져나간다. 여자는 그저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본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는 눈을 돌려 모니터를 향한다. 여자도 나간다.
이제는 커플이 아닐지 모르는 그 둘이 빠져나간 자리에 카페 직원이 온다. 테이블을 닦는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이 들어온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연료 삼아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간을 죽이러 오는 이도 있고 시간을 보내러 오는 이도 있고 시간을 공유하러 오는 이도 있다. 큰 카페가 좋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그 중 하나'가 된다. 그 안에 숨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지만 그 무게가 버거울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 모순된 욕망이다.
아, 아까운 시간 그만 죽이고 하려던 일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