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외할머니 안녕

지삼이 2016. 11. 15. 13:13

우리 외할머니는 욕을 참 잘 하셨다. 친절하지도 않으셨고 화도 많이 내셨다. 키는 작았지만 몸집도 크셨다. 그래도 항상 외갓집에 가면 식구들이 웃는 소리가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시끌벅적.

외할머니는 보신탕을 잘 만드셨다. 매년 여름이 되면 외삼촌은 개를 사오고 외할머니는 그 개를 가지고 보신탕을 끓이셨다. 처음엔 수육을 삶아서 먹다가 나중에는 탕을 끓이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남은 건 싸와서 며칠을 더 먹었더랬다.

또 외할머니는 술을 잘 만드셨다.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렸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셨기 때문에 외할머니의 술을 마셔볼 기회가 없었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중학생때 돌아가셨다. 아마 14살 무렵이었던 거 같다. 외할머니는 상실감이 너무 크셨는지 매일 외할아버지의 무덤에 다녀오셨다. 그러다가 치매를 앓게 되시고는 무덤가에 계신 채 발견되는 날이 많아졌다. 치매는 점점 심해지고 요양원에 들어가시고 나서는 그 풍채좋던 어르신이 그 반이 되고, 또 그 반이 되어 이제는 뼈만 남으셨다.

그리고 오늘 외할아버지 곁으로 가셨다. 외할아버지가 이제 오냐며 고생 많았다며 반갑게 반겨주실 거다. 돌아가신 건 슬프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