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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늘이다, 라는 날씨

지삼이 2017. 11. 29. 13:02

어찌 저찌 하여 뉴질랜드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타우포라는 지역에 와있다. 친구와 함께 왔다가 하룻밤이 지나 친구는 먼저 돌아가고 나 혼자 남아 내일 있을 트렉킹 투어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린다고 하지만 사실 한적한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걷다가 울먹거리는 아이를 보았다. 자기 키만한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겠다고 버튼을 힘차게 누른 후,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까치발을 하고 서 입을 가져가는 순간 힘이 풀려 계속 물을 마시지 못해서 결국 울음이 터진 것이다.


물 마시고 싶어? 물어보니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세게 고개를 끄덕인다. 버튼을 눌러주고, 입을 아주 살짝 축이더니 신나서 엄마에게 뛰어갔다. 하늘은 맑고 맑다못해 해가 쨍했다. 이런 나라에서는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수일 수밖에 없겠다. 적도와 가까워서인가... 엄청 세다. 그렇게 쨍쨍한 날을 지나 대차게 쏟아지는 비. 어제는 맑다가 우박이 떨어져 안마를 신나게 당했지.

이 나라는 햇살을 내리쬘 때도, 비가 내릴 때도, 구름이 떠있을 때도, ‘내가 하늘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먼지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고 불빛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는 서울하늘과 비교하면 부러운 날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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