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7 내 몸의 어떤 기능을 잃는다면
욕심이 화근이었다. 기후에너지팀에게 허락된 북유럽 출장에 갖은 이유를 갖다 대며 합류했다. 비행기 표도 공짜, 숙식도 공짜, 대충 따라다니며 상황 스케치만 하면 되니 이게 웬 복이냐~ 하며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탔다.
내 업무는 기후에너지팀원들의 출장을 함께 하며 그들이 보고 듣는 내용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발행하는 일. 골치는 아프겠지만 능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출장은 순조로웠다. 마무리는 행사 참여.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리는 한 콘퍼런스에 초대받았고, 그곳으로 갔다. 추운 날씨임에도 야외 행사가 열렸다. 의아했다.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접대가 별로라니까, 우리나라였으면 실무자 엄청 깨졌을 듯,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잔디구장에 들어섰다. 높은 철창으로 둘러싸인 축구장. 잔디 질이 좋았다. 서성이며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중 하늘에 나타난 드론 몇 대. 드론은 하얀 연기를 우리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숨을 쉬면 안 될 것 같은데...
역시나, 숨을 들이마실수록 호흡은 가빠졌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 때 등장하는 아이슬란드 아이들. 10대 초반으로 보인다. 수많은 아이들은 역시나 많은 수의 행사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접근한다. 일대일 마크다. 나에게 온 아이는 열 살 무렵의 남자아이. 중심을 잡을 수 없어 쓰러진 나를 부드럽게 부축한다. 팔 안쪽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꿈이니까 한국말을 한다.
'사람은 몇 가지 기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러면 불편하긴 하겠지.'
만약 한가지 기능이 없어도 된다면 무엇을 잃을 수 있냐고 묻는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근데 속으로는, 수어를 하니까 귀.....? 이 지랄
아이가 팔을 계속 쓰다듬는 중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까만 실. 어떤 기능과 연결된 실인 듯하다. 직감한다. 이걸 자르면 눈이 멀 거야. 망설임 없는 그 새끼는 송곳 비슷한 도구로 내 팔을 쑤시더니 실을 잡아 끊어낸다. 팅-
눈이 흐릿해진다. 드론에서 뿜어낸 가스 때문인지, 방금 끊어낸 신경 때문인지 알 길은 없지만 계속 눈앞은 흐려지고 나는 ㅈ됐다....
그렇게 잠에서 깨고, 꿈에서는 아직 돌아오지 못 한 나는 내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며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