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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오랜만에 멀어지던 날

지삼이 2013. 12. 24. 00:59

친구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고, 근황을 전했다. 여행을 간다고 하자 '부럽다'류의 말을 몇 마디 하더니 전시회에 오란다. 워낙 사진으로 잘 나가던 친구기에 그러려니 하고 전에도 갔듯이 가보겠다는 말을 했다. 몇마디 더 주고받다가 서로의 연인 안부를 물었다. 새로운 연인이 생겼단다. 굉장히 어리다고 몇번을 강조한다. 그런건 남자애들에게 자랑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휴직하고 유럽가는거 자랑하려다가 전시회와 어린여자친구한테 전세역전 당했네,' 라고 한다. 


자랑하려고 말 건게 아니라 송년 안부를 물으려고 했다고 했더니 조금 머쓱해한다.


대화는 이어지고, 재미있지만 조금 위험한 일이 있는데 시간 되면 같이 하자고 무게 없이 말을 던졌다. '돈 많이 주냐,' 고 물었고 '그냥 데려가주는게 고마운 이벤트'라고 했더니 싫단다.


'앞으로 인생 재미있게 살아보자,' 고 했는데 '나는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좀..' 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 이분법에 드디어 말문이 막혔다. 


예전같았으면 그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내 삶의 방향에 대해서 이해시키려고 애썼을텐데 이제는 그냥 말아버린다. 두가지 감정인데, 하나는 그 친구를 '그저 그런 류'로 치부해버리는 감정, 또 하나는 각자의 방향에 대해서 건드리지 말고 방해받지 말자'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아마 나는 점점 더 이 친구와는 멀어지겠지. 그냥 알던 사이가 되겠지.


여러모로 주파수가 맞았고, 그래서 만남을 지속했던 사람과 멀어지는 것은 마음이 좀 아린다. 하지만 여전히 소중한 이들은 하나 둘 우연처럼 인연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며 사는건가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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