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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2

지삼이 2016. 11. 13. 14:03

100만명이 모였다. '선두'로 일컬어지는 경복궁쪽은 부러 가지 않았다. 선두가 아닌 곳은 즐거움과 '박근혜 퇴진'의 외침이 가득했다.

많은 자들이 모여서 앞의 사회자와 발언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집회, 할말을 입밖에 내고 싶은 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중앙집중(ㅋ)식 집회가 참 불편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서서 한명의 몫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루함을 뚫고 가곤 했다.

어제는 달랐다. 그동안의 집회에 염증을 느낀 자들이 삼삼오오 그들만의 크고 작은 집회를 기획했고 나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과의 집회를 함께했다. 북을 치고 춤을 추고, 주변의 시민들은 기꺼이 함께 했다. 누구말마따나 Grand haya Festival이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저마다 어제의 집회를 평가한다. 제일 읽기 힘든 글은 '그들이 저지른 엄청난 죄를 단죄하려는데 국민들의 집회는 왜이렇게 평온한가. (우리땐 안그랬다) 억눌린 국민성이 안타깝다,' 등이었다. 왜 이 집회가 지치지 않고 밤새도록 계속 됐는지 이해 하지 못하는 자들. 크고작은 즐거운 꺼리를 준비해서 시위가 어색한 사람들도 기꺼이 하야를 외치고 춤을 추게 한 우리를 평가절하 하는 자들.

2시부터 10시까지. 우리가 악기를 들고 땀을 흘리며 움직였던 시간. 그리고 지치지 않았던 경이로운 경험. 우리를 향해 건네지던 물과 간식과 환호와 댄스는 내가 알던 시위가 아니었다. 이러니깐 집회 나오길 잘한 거 같아요, 무섭고 지루하고 싸움일어나는 곳인줄 알았어요, 여기가 제일 재미있어요. 쉬고 있을 때 다가와 말 거는 사람들.


유머가 없는 자들이 세상을 바꿔낼 수도 있겠지. 이왕이면 유머가 가득한 자들이 세상을 바꾸면 좋겠다. 만약 모든 것들이 이뤄지지 않아 더 암흑의 시대가 되더라도 유머를 놓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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