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좀 살아보니까 50년이면 50과 365를 곱한 시간의 길이를 살아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몇 번의 황혼, 몇 번의 아침, 몇 번의 만남, 이런 것들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너무 오래 살아 기억이 다 안 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기억력 문제가 아닌 거예요. 기억력 문제라면 이십년 전, 삼십년 전 할머니의 손길 같은 것이 기억 날 리가 없죠. 그냥 다른 기억들이 필요 없었던 거예요. 달리 말하면 몇 개의 날이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해도 될 만큼 아름다웠다는 뜻인 거죠. (...) 그 몇 개의 사실과 몇 개의 순간들이 결국 내 인생을 결정하는 거예요. 내일 모레 육십인데 이제 확실히 알았어요. 제겐 앞으로 20년의 생이 남은 게 아니에요. 단지 몇 번의 아침을 맞을 거예요. 몇 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