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59

20240404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어디가 아팠나, 병원에서 진찰을 마치고 막 병원 1층 로비를 지날 때였다. 전화가 왔다. 익숙한 번호와 이름, 오빤데. 뭐야, 어떻게 전화했어? 나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했다. 들려오는 그리운 목소리. 뭘 어떻게 해 그냥 하니까 되는데. 그럼 나도 전화 해도 돼? 아빠한테 말해도 되나? 나의 질문에 그는 생각 날 때 하라고, 왜 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되는 것 같다고, 아빠한테는 말 하지 말라고, 너무 당황하시고 힘들어하실 거라고 했다. 한창 꿈에서 주파수가 맞아 만나 나누던 이야기를 더듬어 근황을 나누었다. - 전에는 문지기 같은거 했었잖아, 영풍문고에서 만났을 때 그거 한다며. 요즘엔 무슨 일 해? - 요즘엔 스키장에서 눈 관리 해. - 뭐야, 일이 바뀌기도 해? - 여기가 그..

night 2024.04.05

20231121 시간여행, 종로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유리문을 두번 똑 똑 두드린 후 양 손을 유리문에 기대어 가만히 누르고 이동하고 싶은 시대와 장소를 생각하면 그 곳으로 가게 되는 것. 하지만 이동할 시간에 살고 있는 나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내가 시간여행중인 미래사람이라는 것을 모른다. 또한 매우 짧은 시간동안만 있을 수 있으며 다시 현재로 돌아오려면 같은 장소에서 이동해야 하므로 멀리 가서는 안 된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그 곳에 갇힌다. 아무튼, 이동한다. 도착한 곳은 종로, 광화문 인근 어느 건물 1층 버스 주차장이다. 지금보다 공기가 좋지 않은것 같다. 황사가 심하다. 같이 과거로 넘어온 친구는 부모님을 뵙고 빨리 온다며 지하철을 타러 뛰어간다. (나는 내 과거의 모습을 알고 있으니 ..

night 2023.11.25

20231124 구조된 동물들로 만든 책

어떤 이유로 엄마와 함께 스페인에 단체여행, 혹은 연수를 가게 된다. 어느 마을 장터 바닥에서 카메라를 줍는다. 그 카메라로 이 곳 저 곳을 찍고 다니며 여행이 시작 된다. 동물구조단체를 만나고 그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마을 창고 같은 곳을 들어간다. 창고는 고통받는 길고양이 외 공장에서 실험실에서 학대받다 구조된 다른 짐승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회복능력이 없는 동물들은 책으로 묶어놓았는데 그 방식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다. 파일철을 해 놓듯 거대한 책 (세로가 1미터가 넘었고 가로는 1미터가 조금 안 된다) 의 가운데 부분에는 동물의 다리 하나를 클립으로 세게 고정해놓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두께가 고작 2cm정도가 될 때까지 납작해진 동물들은 다리 하나가 고정된 채 자리하게 되는..

night 2023.11.25

20220512 새로운 방식으로 기록해 본 꿈

클로바 앱을 사용하여 잠이 덜 깬 상태로 꿈을 보이는 대로 녹음해 봄. 나중에 보니 읽을 수록 무섭다. - 엄마가 나를 결혼시키려고 결혼을 시키려고 하는데 부잣집에 결혼을 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한다면 이 친구랑 해야겠다 하고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고 나를 굉장히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에요. 근데 우리 집은 매우 가난하고 엄마가 어디서 굉장한 부잣집 아들을 어떻게 알게 돼서 엄마도 그 아들을 본 적 없고 그 집안을 알게 돼서 나를 그 집에 결혼을 시키고 그 집을 살게 하려고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그 집에 종 비슷한 것이 되려는 것 같습니다. 속셈은 알 수 없습니다. 네 어째서인지 그 엄마의 엄마가 만들어 놓은 이 속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도 그냥..

night 2022.05.12

20220223 방문자들

대학 동기 M과 그녀의 아들, 지금은 휴직중인 데면데면한 사이의 동료 S, 함께 춤을 추던 B와 E, 그의 딸과 딸의 보모, 함께 술을 마실때 즐겁고 편한 L까지 서로의 공통점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이들이 우리 집에 모여앉았다. 당연하게 묘한 어색함이 흐르고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음식을 함께 먹는다. 내가 사는 집은 정원이 넓은 2층 주택. 1층에는 부엌과 거실이 있고 2층에는 방이 몇 개 있다. 4가족이었지만 형제의 죽음으로 현재는 3명이 거주하고 있다. 큰 집이고, 화목한 가정인지 곳곳에 가족사진이 붙어있는데 이전의 따뜻함은 사라졌고 황량한 분위기다. 애매한 모임인 탓에 아무 이야기를 서로 던진다. 의미 없이 주고 받는 말 속의 어떤 뾰족함이 M을 찔렀는지 갑자기 오열한다. 졸업 후 꽤 이른 나이에 상당..

night 2022.02.24

20211220 이제 안 올 거야

테이블에 함께 앉아있다. 무엇을 마시고 있지는 않고, 카페인 듯하다. 이제는 익숙한 오빠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다. 현실에서 만들어져 있던 관계성이 꿈에서도 이어진 듯, 처음 꿈에서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과 안타까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제 본 사람을 내일도 볼 것처럼,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느릿느릿 주고받는 대화 속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확실하게 귀에 들려온 말, 나 이제 안 올 거야, 어? 왜? 이제 충분한 것 같아, 응 안와도 될 것 같다. 어? 그래, 뭐 오빠 선택이니까, 그럼 같이 사진이나 한 장 찍을까? 핸드폰을 꺼내 든다. 제트플립. 셀카 찍기에는 제격이다. 화면에 잡히는 우리들. 찰칵, 찍힌 사진에는 나만 있다. 몇 번을 더 찍어도 마찬가지다. 아마 살아있는 사람..

night 2022.01.06

20210919

1. 선물로 알리오 올리오 밀키트를 받았다. 사무실에 가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꺼내보니 양이 꽤 많다. 절반만 데우고 나머지는 다시 포장해둔다. 먹는 와중에 옆의 동료가 일 끝나고 한 잔 하자며 제안한다. 가고 싶다는 곳은 이탈리안 비스트로. 둘이만 가길 원하는 걸 보니 저녁 양이 많아질 것 같다. 먹던 파스타도 양이 많은데.. 살짝 고민하다가 먹던 파스타는 그만 먹기로 하고 포장하기로 한다. 잠시 화면이 전환되어 저녁을 요청한 동료가 아닌 다른 동료가 보인다. 그릇의 파스타가 여전히 많아 그에게 준다. 맛있게 한 입 먹는다. 그릇을 들고 자리로 돌아와 보니 포장되어있던 파스타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함께 익혔다가 포장하려고 그릇에 다 쏟아부은 것인데, 그걸 까먹고 그릇의 파스타가 여전히 양이 많으니 동료..

night 2021.09.19

20210523 배 안에서

1. 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한다. 배 안에 큰 객실이 많이 있고 객실 안에 각자의 침대가 있다. 배는 나무로 지어져 나무색을 띄는데 어두운 빛의 기름칠을 한 바람에 꽤 어둡다. 각각의 침대는 천장으로부터 길게 드리운 두꺼운 짙은 녹색 천으로 인해 사생활을 그런대로 보호해준다. 침대 커튼을 모두 치면 안에는 빛이 없어 완전한 어둠이다. 2. 배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 왜 탔는지도 사실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한다. 방주에 탔던 동물들은 방주에 타기 위해 몸을 작게 만들었단다. 오랜 기간의 대홍수가 끝나고 나서 동물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최대한 많은 먹이를 엄청난 속도로 먹어대는 것이었고, 이유는 자신이 원래 어느정도로 큰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방주에서 태..

night 2021.05.23

20210510 스위스 여행

방가와 함께 스위스 여행 중이다.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위스라는 정보만 알고 있다. 설원을 걷다 발견한 집. 집은 아니고 어떤 갤러리? 체험관? 그런 곳.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금발에 덩치가 푸근한 언니들이 맞이해준다. 이 곳은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곳. 지적장애를 가진 한 사람을 어릴 적부터 죽을 때까지 다락에 가두고 평생 집안 노동을 시켰던 장소다. 이 체험관에서는 그가 과거 집 문을 열고 자신의 다락방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코스를 그대로 밟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가 살았던 역사가 삽화와 함께 잘 재현되어있다. 찬찬히 읽는다. 들어가 보자. 그가 말한다. 나는 좀 귀찮은 마음이 들지만 따르기로 한다. 이런 곳에 오면 해보는 것도 좋다. 현관에 신..

night 2021.05.10

20210416 도쿄공항

도쿄로 여행을 갔다. 마지막 날. 우리는 패키지여행, 소니 여행사다, 을 갔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다시 도쿄 공항으로 가야 한다. 짐 정리를 마치고 로비에 모이니 가이드가 현금봉투를 나누어준다. 방가는 책임감이 발동했는지 여행사 표시 엑스배너들을 정리하고 있다. 모인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버스로 이동한다. 주영이가 날 배웅하러 나와주었다. 나는 저 멀리에서 엑스배너를 옮기는 방가를 손짓으로 부른다. 방가가 오는 동안 주영이와 급하게 이야기 나눈다. 요즘 일본에서는 옛날 카세트 플레이어가 다시 유행이야, 어 한국에서도 지금 그런 거 같은데, 이따가 소니에 들릴 텐데 그때 그냥 그거 사, 소니에 왜 들려? 순간 가이드가 우리에게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거둔 채 외친다. - 나누어드린 현금봉투는 공항에 들..

night 2021.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