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40404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지삼이 2024. 4. 5. 17:33

 

어디가 아팠나, 병원에서 진찰을 마치고 막 병원 1층 로비를 지날 때였다. 전화가 왔다. 익숙한 번호와 이름, 오빤데. 

뭐야, 어떻게 전화했어? 나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했다. 들려오는 그리운 목소리. 뭘 어떻게 해 그냥 하니까 되는데. 그럼 나도 전화 해도 돼? 아빠한테 말해도 되나? 나의 질문에 그는 생각 날 때 하라고, 왜 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되는 것 같다고, 아빠한테는 말 하지 말라고, 너무 당황하시고 힘들어하실 거라고 했다. 

한창 꿈에서 주파수가 맞아 만나 나누던 이야기를 더듬어 근황을 나누었다. 

- 전에는 문지기 같은거 했었잖아, 영풍문고에서 만났을 때 그거 한다며. 요즘엔 무슨 일 해?
- 요즘엔 스키장에서 눈 관리 해. 
- 뭐야, 일이 바뀌기도 해?
- 여기가 그러네, 보직이 계속 바뀌어. 그런데 괜찮아, 산을 직접 걸어다니면서 일하니까 체력도 좋아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엔 내가 전화 해보겠다고 약속하며 끊었다. 참 신기한 세상일세. 이승과 저승의 말은 그저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라는 담백한 단어일까. 그렇다면 이 날의 꿈이, 그 간 꿈 속에서의 오빠와의 만남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꿈을 깼다. 

꿈을 깨자마자 핸드폰을 열어 통화기록을 살폈다. 오빠 번호가 있었다! 이름은 없지만 번호가 정확하게 있었다. 와, 이거 진짜네 하고 놀라며 다시 보니 사라졌다. 

아쉬워하며 진짜 꿈을 깼다. 내가 찾아가며 그리워하지 않게 자꾸 찾아와주는 오빠가 기특하고 그렇다. (이젠 명명백백하게 내가 너무 누나라서 기특해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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