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31121 시간여행, 종로

지삼이 2023. 11. 25. 10:40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유리문을 두번 똑 똑 두드린 후 양 손을 유리문에 기대어 가만히 누르고 이동하고 싶은 시대와 장소를 생각하면 그 곳으로 가게 되는 것. 하지만 이동할 시간에 살고 있는 나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내가 시간여행중인 미래사람이라는 것을 모른다. 또한 매우 짧은 시간동안만 있을 수 있으며 다시 현재로 돌아오려면 같은 장소에서 이동해야 하므로 멀리 가서는 안 된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그 곳에 갇힌다.

아무튼, 이동한다.

도착한 곳은 종로, 광화문 인근 어느 건물 1층 버스 주차장이다. 지금보다 공기가 좋지 않은것 같다. 황사가 심하다. 같이 과거로 넘어온 친구는 부모님을 뵙고 빨리 온다며 지하철을 타러 뛰어간다. (나는 내 과거의 모습을 알고 있으니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변했는데, 친구는 성인이 된 후에 만나서인지 여전히 성인의 모습이다. 알고 있는 것 이상을 상상할 수 없다, 꿈은 꿈이다.)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98,99년정도로 추정된다. 엄마와 오빠와 어딘가를 가고 있는데 백화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당시 나는 구로동에 살고 있었으니 지하철을 타고 엄마와 시내 구경을 온 모양이다. 같이 걸으며 내가 사실 미래에서 왔다고 이야기 한다. 엄마는 사실 믿지 않지만, 에휴 얘가 또 엉뚱한 소리 하네 그냥 믿어줄까, 하는 눈빛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는 초조하다. 그래, 그럼 넌 거기서 어떻게 살고 있니? 엄마가 묻는다. 음, 잠시 생각한다. 나는 곧 마흔인데, 엄마가 그렇게 바라는 아이는 없지만 꽤 재밌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고 있어.

- 그래?  그럼 계속 예쁘겠네.

엄마 얼굴을 본다. 지금의 엄마와 달리 매우 젊고 건강하고 충만하다. 응 엄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손주도 있어. 엄마 재밌어한다.
엄마는 빨리 백화점으로 이동해야 하고, 나는 이제 돌아가야 한다. 잘 지내라고 인사하며 헤어진다. 어린 나를 빨리 엄마에게 돌려보내야 하기에 내가 온 유리문을 찾아 지금으로 돌아오며 꿈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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