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11220 이제 안 올 거야

지삼이 2022. 1. 6. 00:13

테이블에 함께 앉아있다. 무엇을 마시고 있지는 않고, 카페인 듯하다. 이제는 익숙한 오빠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다. 현실에서 만들어져 있던 관계성이 꿈에서도 이어진 듯, 처음 꿈에서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과 안타까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제 본 사람을 내일도 볼 것처럼,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느릿느릿 주고받는 대화 속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확실하게 귀에 들려온 말,

나 이제 안 올 거야,

어? 왜?

이제 충분한 것 같아, 응 안와도 될 것 같다.

어? 그래, 뭐 오빠 선택이니까, 그럼 같이 사진이나 한 장 찍을까? 

핸드폰을 꺼내 든다. 제트플립. 셀카 찍기에는 제격이다. 화면에 잡히는 우리들. 찰칵, 찍힌 사진에는 나만 있다. 몇 번을 더 찍어도 마찬가지다. 

아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안 나오나 봐

그렇네 어쩔 수 없네

그러면 여기 뭐라도 끄적이고 가면 안 돼? 

마지막이라고 생각 하니 방금 전의 쿨한 태도는 어디 가고 질척인다. 테이블 앞에 있는 광고지를 급하게 들고 가방 안의 볼펜을 꺼내 지그재그로 그어 잉크를 확인하고 오빠에게 건넨다. 종이에 아무리 힘주어 펜을 눌러보아도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다. 다시 내가 써본다, 된다. 다시 오빠가 쓴다, 되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죽은 자는 산 자의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없다. 조금 더 노력해보다가 이내 포기한다. 

오빠, 그럼 마지막이니까 우리 포옹이나 할까.

둘은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포옹해본 적이 없다. 포옹은 무슨, 손을 잡은 적도 없다. 마지막이라니까 용기를 내본다. 어색함에 오글거림에 그래도 이게 정말 마지막일 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용기와 마음을 모아 본다.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다. 볼도 마주닿았다. 따뜻했다. 후다닥 멀어져 다시 서로를 쳐다보는 우리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만하면 되었다 싶다. 4년 하고도 절반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렇게 잠에서 깬다. 

-

눈물을 흘린 채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시간. 햇살이 기분 좋게 들어오고 있었다. 비로소 어떤 것이 해소되고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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