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10523 배 안에서

지삼이 2021. 5. 23. 08:03

1. 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한다. 배 안에 큰 객실이 많이 있고 객실 안에 각자의 침대가 있다. 배는 나무로 지어져 나무색을 띄는데 어두운 빛의 기름칠을 한 바람에 꽤 어둡다. 각각의 침대는 천장으로부터 길게 드리운 두꺼운 짙은 녹색 천으로 인해 사생활을 그런대로 보호해준다. 침대 커튼을 모두 치면 안에는 빛이 없어 완전한 어둠이다.


2. 배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 왜 탔는지도 사실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한다. 방주에 탔던 동물들은 방주에 타기 위해 몸을 작게 만들었단다. 오랜 기간의 대홍수가 끝나고 나서 동물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최대한 많은 먹이를 엄청난 속도로 먹어대는 것이었고, 이유는 자신이 원래 어느정도로 큰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방주에서 태어난 동물들도 많았고 방주에서 죽어버린 그들의 선조도 많은 상황에서 그들이 취한 생존방법? 종족 보전방법? 이었는데 원래부터 컸던 동물들은 하루에 10%씩 몸이 커지는 반면 하나도 커지지않은 동물도 있었는데 일정정도의 기간이 지나고 나서 몸의 크기와 성장의 한계를 확인한 동물들은 몸이 더 커질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그 한계를 알아차린 후 인정하지 않느냐고, 누군가의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3. 배 주인과의 식사자리에 초대된다. 정확히는 초대된 것이 아니고 배 중간의 로비같은 곳에서 주인과 와인을 마시기로 되어있는 한 친구가 나를 부른 것. 이 곳에서 주인이 누군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이 누군지 모르니 짐 정리가 되는대로 조용히 나와 빈 의자에 앉으라고 전달받는다. 꽤 긴 자리가 될 수 있으니 씻고 양치를 하고 나가자, 초대한 친구와 나는 양치를 한다. 나는 빨래를 널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빨랫줄이 있는 침대 옆으로 가서 한창 빨래를 너는데 내가 널어놓은 그린블리스의 양말(사무실 대청소하다 얻은 제주 중산간지방의 무늬가 있는 초록색과 하늘색의 양말이다.)을 본 한 여자가 참견이다. 양말을 누가 가져가면 어떡하냐, 일리가 있어 양말 두 짝을 묶은 후 널어놓는다. 다른 여자가 참견한다. 그렇게 널면 마르겠느냐, 흠 어쩌라는거지, 내 침대 안에서 말리기 위해 가져가니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엄지를 드는 아까의 참견인들.

4. 침대에 놓여진채 오랜 시간이 지난 휴대폰이 쉼없이 울리고 있다. 폰을 든 채 밖을 보니 날 초대한 친구, 나간다고 입모양으로 말 하니 그래도 전화를 받으란다. 전화받기를 누르니 화난 친구의 음성, 이 자리가 어떻게 마련한 자린데 안나오느냐, 지금 벌써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니 양말을 널고 나가려고, 이제 나가.

양말에서 나는 세제 향이 무척 좋다. 언뜻 보이는 주인은 엄청난 할아버지이면서 강한 인상, 밤새 이어질 저 자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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