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10510 스위스 여행

지삼이 2021. 5. 10. 15:22

방가와 함께 스위스 여행 중이다.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위스라는 정보만 알고 있다. 설원을 걷다 발견한 집. 집은 아니고 어떤 갤러리? 체험관? 그런 곳.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금발에 덩치가 푸근한 언니들이 맞이해준다. 이 곳은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곳. 지적장애를 가진 한 사람을 어릴 적부터 죽을 때까지 다락에 가두고 평생 집안 노동을 시켰던 장소다. 이 체험관에서는 그가 과거 집 문을 열고 자신의 다락방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코스를 그대로 밟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가 살았던 역사가 삽화와 함께 잘 재현되어있다. 찬찬히 읽는다.

 

 

들어가 보자. 그가 말한다. 나는 좀 귀찮은 마음이 들지만 따르기로 한다. 이런 곳에 오면 해보는 것도 좋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 두고 방문을 연다. 일단 그의 방문을 열면 공간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무 벽 같은 것이 있다. 아주 좁은 공간이다. 주인 가족이 사는 공간은 예의 일반 가정의 모습이고, 벽을 타고 올라가서는 어깨를 펴고 서있기가 힘든 다락인데 그 공간이 노예가 살던 공간이다. 올라가 보시라고 리셉션의 언니들이 친절하게 안내하는데 나는 올라가기가 싫다. 저번에도 와봤는데 오르기 위해 타야 하는 사다리가 벽에 각목을 못으로 고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디디기도 너무 힘들고 발도 힘들고 암튼 여간 고생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방가도 궁금해하고 해서 같이 올라간다. 올라가니 낡은 카펫과 가득한 먼지. 그곳에서 내려가는 곳에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는데 아주 장관이다. 잠시 나가서 좋은 공기도 쐬고 바람도 맞고 싶다. 그런데 신발을 안 가져왔다. 다들 어떻게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간 거지? 하고 아래를 보니 나가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슬리퍼가 준비되어있다. 고동색. 작은 신발과 큰 신발 몇 켤레. 

설원에서 잠시 쉬며 숨을 고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시 내 신발을 신으려면 아까의 사다리를 다시 타야 한다. 그것은 너무 싫다. 그냥 슬리퍼를 신은 채 그 집을 떠나기로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 내가 먼저 출발하기로 되어있어서 슬슬 버스를 타야지 하며 걷는다. 잠깐만요, 지나갈게요-, 익숙한 한국말. 비켜주니 한국인 두 명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체크셔츠에 공구가 가득한 벨트를 찼다. 이 지역에서 일하고 사는 이민자인가 보다. 즐거워 보인다. 다시 걷는다. 또 한국인이 지나간다. 여기 왜 이렇게 한국인이 많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확장되는 시야. 눈에 들어오는 한글이 가득한 간판들. 여기 베른 코리아타운이구나! 방가가 말한다. 인터넷에서 보았단다. 베른에 한인타운이 있어? 다방이 많다. 열정, 동양, 이런 이름의 다방들. 신기하네. 사방이 한글간판이다. 공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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