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10416 도쿄공항

지삼이 2021. 4. 16. 07:18

 

도쿄로 여행을 갔다. 마지막 날. 우리는 패키지여행, 소니 여행사다, 을 갔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다시 도쿄 공항으로 가야 한다. 짐 정리를 마치고 로비에 모이니 가이드가 현금봉투를 나누어준다. 방가는 책임감이 발동했는지 여행사 표시 엑스배너들을 정리하고 있다. 모인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버스로 이동한다. 주영이가 날 배웅하러 나와주었다. 나는 저 멀리에서 엑스배너를 옮기는 방가를 손짓으로 부른다. 방가가 오는 동안 주영이와 급하게 이야기 나눈다. 요즘 일본에서는 옛날 카세트 플레이어가 다시 유행이야, 어 한국에서도 지금 그런 거 같은데, 이따가 소니에 들릴 텐데 그때 그냥 그거 사, 소니에 왜 들려? 순간 가이드가 우리에게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거둔 채 외친다. 

- 나누어드린 현금봉투는 공항에 들고 타실 수 없습니다, 이따가 두 곳의 매장을 들를 예정인데 그 곳에서 웬만하면 다 쓰시는 게 서로 좋습니다. 

저번 대만여행과 같다. 마지막 날에는 쇼핑을 하는 것으로 싸구려 패키지여행의 단가를 맞추는 그런 시스템. 어느새 정리를 마친 방가는 오고, 나와 주영이는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앞다투어 화장실 줄을 찾는다. 저 멀리 줄이 있다. 나도 달린다. 또 여자 줄만 줄지 않는다. 그냥 비행기 타고 해결할 걸 그랬나, 하는 차에 거의 내 차례까지 온다. 그런데 방식이 이상하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따로 있고, 남녀 화장실이 같이 있는데 장애인용 화장실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일본이라 그런가, 한국이면 이미 한 두 명씩 저기 쓸 텐데,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뒤에 있는 3명의 한국 무리들이 내 얘기를 시작한다. 쟤 뭐야 진짜 웃겨, 장애인 화장실 쓰려나 봐, 일본 사람 아니야? 욕도 들린다. 저기요, 저 한국사람이거든요 다 들리니까 욕 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국사람 아니어도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는 듯,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내가 미끼를 물었다. 한 명이 나에게 와서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얼굴을 들이밀고, 손가락으로 찌른다. 싫다.

그 와중에 내 앞에 나갔던 여자가 나오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여자 남자가 나누어져있지 않다. 심지어 그 안에 공항 대기실같은 대기실이 있다. 화장실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그 대기실에 앉아있는 것 같다. 맨 뒤의 문을 여니 정말 더러운 변기가 보인다. 엉덩이를 닿게 할 순 없겠어, 문에 달린 고리를 겨우 붙잡고는 스쿼트 자세로 소변을 보려고 한다. 내 옆은 벽으로 막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줄지어 앉아있는 사람들의 뒤통수가 보이는데,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서양인 커플이 뒤를 돌며 나의 엉거주춤 서지도 앉지도 못한 자세를 비웃는다. 다른 이들은 예의를 차리는 건지 뒤 돌지 않는다. hey, dont look at me. 비웃는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대화를 한다. 쟤 뭐야 왜 서서 싸, 하며 웃는다. 기분이 매우 나쁘다. 여자는 내 눈치를 살짝 보지만 나를 조롱하기로 작정한 남자 친구의 강경한 태도도 거스르지 못하고 어색해하며 동조한다. 날 보지 말라고, 한 번 더 소리친다. 여자는 이제 날 보지 않는다. 남자는 계속 조롱한다. 왜 서있냐고, 앉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앉지 못하는 상황은 관심이 없다. 

- What the f is wrong with you? 

라고 말하는 순간 여자는 화가 가득 난 얼굴로 날 향해 뒤돌아, What the f is wrong with my boy friend? 하지만 나를 보지 않고 남자를 보며 나를 향한 말인지 그를 향한 말인지 모를 말을 한다. 나는 그냥 옷을 입고 일어서 물을 열고 나간다. 여자도 그대로 일어나 남자를 떠난다. 여자는 그동안 남자친구에게 쌓인 어떤 것들이 그 순간 폭발한다. 남자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어리둥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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