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00809 꿈에서 책 읽기

지삼이 2020. 8. 9. 05:43

생전 오빠가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소설가 김영하가 책을 출판했다. 연애와 다양한 체험을 담은 것인데 오빠만 인터뷰 한 것이 아니긴 하지만 오빠 부분이 처음부분에 나오고 소설 전반을 끌고가는 주제이기 때문에 꼭 읽어보고싶었다. 그 책을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빠가 그 책을 가지고 있었다. 아빠가 읽은 후에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아빠는 책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고, 그날 드디어 책을 다 읽은 아빠로부터 그것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지키지도 못 할 거면서 이기지 못할 술을 마셔..’

아빠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책을 건냈다. 책은 주황색표지, 표지는 비닐로 둘러 포장이 되어있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옆에 둔 채 잠이들어야 했다. 꿈이 시작되면 그 공간 어딘가에 책이 놓여져있었고 그 곳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꿈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비닐로 포장해놓은 것이었다. 나는 잠을 청했고 곧바로 꿈이 시작되었다.

공원이었다. 길에 책이 놓여져있었다. 책을 집어들고 벤치에 앉았다. 꿈에서의 시간은 바로 그날, 오빠가 김영하와 인터뷰를 하던 날이었다. 꿈에서 주의할 점은 이 사람들을 흐트리면 안 되는 거다. 저들은 꿈 속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 곳은 과거의 공간이고. 반가워도 부르지 말고, 질문하지 말라고. 사람들은 어짜피 나와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불러도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돌아보는 거지 날 볼 수 없다. 테이블 앞에 한 무리가 어느 시설에 들어가려고 매표소 줄을 서고 있다. 오빠 친구들 무리다. 오빠는 없고, 김영하는 있다. 꿈을 흐트리면 책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책을 대충 펼친다. 아, 앞에서부터 읽어야지 하는데 세영이 지나가며 나를 부른다.

나는 지금 꿈이야. 어 나돈데, 그럼 지금 우리 꿈에서 만난건가? 내일 출근해서 꿈에서 나 만났는지 물어볼게. 그런데 여기는 어쩐일로? 그냥, 여기도 나의 꿈 공간이야. 그래도 이렇게 만나네 신기하다. 또 지아를 본다. 지아는 내가 추천해준 책을 갖고 있다. 마음이 좀 이상해서 책 보러 왔다고 한다.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꿈에서 깨기 전에 책을 어서 봐야한다. 다음에 현실에서 이야기 나누자고 인사하고 다시 책을 펼친다. 그때 매표소에있던 무리 중 김영하가 뒤돌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매우 당황한다. 차원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마주할 수 있지, 천천히 나를 본다. 나도 그를 본다. 한참 서로를 주시한다. 당신이 오빠를 인터뷰 한 사람이군요. 대화를 섞지는 않는다. 마음이 일렁이면서 꿈이 자꾸 깨려고 하여 시선을 피한다.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다급해져 책을 쥐는 데 파밧, 꿈이 꺼지고 잠과 현실 사이가 잠시 유지된다. 집중을 해 보지만 다시 꿈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눈을 떠버린다. 포기한다. 그렇게 이 앱을 켜고 꿈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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