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00510 가시 빼기

지삼이 2020. 5. 10. 14:01

호텔방이었다. 고급스러운 곳. 엑스트라 알바를 하러 가서 손을 바닥에 짚었는데 그때 손가락에 작은 플라스틱 가시가 잔뜩 박혔다. 그냥 따끔해서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다음날 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손톱밑 가시들을 하나씩 빼기 시작한다. 갈색과 살구색의 가시들. 눈 앞에 한가득이다. 아파서 포기하고싶지만 꾹 참고 가시를 뺀다. 빼다 지쳐 잠시 쉰다. 엄마가 온다. 뭐하고 있니, 가시를 빼고 있어 너무 아파, 그랬구나 그래도 마저 빼야지.

엥 엄지손톱밑에 파란색 크레파스 머리 부분이 보인다. 크레파스는 또 언제 박힌거야.. 아랫쪽부터 힘주어 올린다. 굉장한 고통과 빠지는 쾌감이 함께한다. 크레파스 띠종이가 안에서 피와 함께 굳었는지 나오지않았다. 종이를 빼내는 것은 더 힘들었다. 나온 종이는 파란색이었었지만 이제 빨간색이다. 크레파스도 머리부분을 빼고는 빨간색이다. 이제야 엄마는 그 고통에 동감하며 꼭 안아준다.

아직 남아있는 가시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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