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200313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삼이 2020. 3. 13. 07:50

집. 갑자기 눈을 뜬다. 밖에 소리가 나서 거실로 나가보니 오빠와 친구 몇명이 있다. 투자를 받았는데 취소가 됐다니 어쩌니 하면서 앓는 소리를 주고받는다.

음 오빠는 죽었는데? 이상하다. 오빠한테 가서 가만 살펴보니 그냥 태연한 얼굴. 왜 여깄어? 하니 왜 여기 있으면 안돼? 한다. 모르는 거 같다. 날짜를 보니 과거다. 바로 그 날이다. 오빠가 죽던 날. 그날 오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기로 되어있다. 꿈에서 꿈인 걸 알면서 오빠를 만난 적이 종종 있지만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은 없다. 아니 살아있을 때도 오빠의 얼굴을 한참동안 본 적이 없다. 이번엔 다르다. 한참을 본다. 반갑다. 오빠는 얘 왜이러나 싶은 표정으로 답한다.

친구들이랑 대화를 마치고 일을 하러 나간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오빠 같이 나가, 그런데 이미 나갔다. 지하철을 놓치고 그 다음걸 타면서 일이 난 걸로 기억을 한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타게 해야 한다. 뛰어나간다. 걸음이 너무 빠르다. 오빠는 버스를 탔고 나는 놓쳤다. 그렇게 사라지고 다시 나는 눈을 뜬다.

집이다. 밖에 오빠 말소리가 들린다. 과거로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나가서 오빠를 본다. 뭘 그렇게 보냐는 표정이다. 아까와 똑같이 투자가 어쩌구 다시 일하러 나간다고 중얼중얼. 서둘러 옷을 입고 따라간다. 또 놓쳤다.

(이 장면을 수백번 반복했다) 어느순간 내가 이걸 반복중이라는 걸 깨닫는다. 다음번엔 실패하지 않을거야.

다시 눈을 뜨고 밖에 오빠 말소리를 듣는다. 나갈준비를 잽싸게 마치고 오빠 뒤를 바짝 따른다. 지하철역까지 같이왔다. 여기서 뛰어가게 해야한다. 시간이 없다. 오빠를 불러세운다. 지금오는 지하철을 꼭 타야돼! 아 왜이렇게 재촉해 그냥 다음거 타면 되지, 아니야! 오빠는 다음 지하철을 타고 죽게 돼. 나좀 믿어봐. 나 지금 수백번을 다시 돌아와서 오빠를 말리는 중이라고. 속는셈 치고 나좀 따라줘.. 오빠는 내 눈빛을 보고 아 얘 미쳤나, 하지만 상태의 심각성이나 내 마음의 진심은 믿는듯 하다. 잠깐 망설이더니 지하철을 향해 뛰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문은 열리고, 인파는 쏟아져나오고, 무사히 오빠는 지하철을 타고, 나는 기쁨과 함께 몸에 힘이 탁 풀리면서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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