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62

20210523 배 안에서

1. 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한다. 배 안에 큰 객실이 많이 있고 객실 안에 각자의 침대가 있다. 배는 나무로 지어져 나무색을 띄는데 어두운 빛의 기름칠을 한 바람에 꽤 어둡다. 각각의 침대는 천장으로부터 길게 드리운 두꺼운 짙은 녹색 천으로 인해 사생활을 그런대로 보호해준다. 침대 커튼을 모두 치면 안에는 빛이 없어 완전한 어둠이다. 2. 배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 왜 탔는지도 사실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한다. 방주에 탔던 동물들은 방주에 타기 위해 몸을 작게 만들었단다. 오랜 기간의 대홍수가 끝나고 나서 동물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최대한 많은 먹이를 엄청난 속도로 먹어대는 것이었고, 이유는 자신이 원래 어느정도로 큰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방주에서 태..

night 2021.05.23

20210510 스위스 여행

방가와 함께 스위스 여행 중이다.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위스라는 정보만 알고 있다. 설원을 걷다 발견한 집. 집은 아니고 어떤 갤러리? 체험관? 그런 곳.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금발에 덩치가 푸근한 언니들이 맞이해준다. 이 곳은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곳. 지적장애를 가진 한 사람을 어릴 적부터 죽을 때까지 다락에 가두고 평생 집안 노동을 시켰던 장소다. 이 체험관에서는 그가 과거 집 문을 열고 자신의 다락방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코스를 그대로 밟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가 살았던 역사가 삽화와 함께 잘 재현되어있다. 찬찬히 읽는다.  들어가 보자. 그가 말한다. 나는 좀 귀찮은 마음이 들지만 따르기로 한다. 이런 곳에 오면 해보는 것도 좋다. 현관에 ..

night 2021.05.10

20210416 도쿄공항

도쿄로 여행을 갔다. 마지막 날. 우리는 패키지여행, 소니 여행사다, 을 갔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다시 도쿄 공항으로 가야 한다. 짐 정리를 마치고 로비에 모이니 가이드가 현금봉투를 나누어준다. 방가는 책임감이 발동했는지 여행사 표시 엑스배너들을 정리하고 있다. 모인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버스로 이동한다. 주영이가 날 배웅하러 나와주었다. 나는 저 멀리에서 엑스배너를 옮기는 방가를 손짓으로 부른다. 방가가 오는 동안 주영이와 급하게 이야기 나눈다. 요즘 일본에서는 옛날 카세트 플레이어가 다시 유행이야, 어 한국에서도 지금 그런 거 같은데, 이따가 소니에 들릴 텐데 그때 그냥 그거 사, 소니에 왜 들려? 순간 가이드가 우리에게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거둔 채 외친다. - 나누어드린 현금봉투는 공항에 들..

night 2021.04.16

20201128 지옥 다녀옴

어떤 곳에 방가와 함께 도착했다. 둘이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었는데 그 어느 중간에 사고가 난 모양이다. 어떤 로비 같은 곳이 있고, 거기서 안내를 받았다. 언어로 안내를 받은 건 아니었고 그냥 느낌으로 많은 것들이 들어왔다. 이 곳은 지옥이고, 우리는 죽었다. 죽은 자들 중 지옥에 오게 된 자들은 이 곳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 죽기 바로 직전의 옷차림과 그때까지의 얼굴과 몸 상태가 앞으로 쭉 이어진다. (꿈을 깨서는 아, 항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해야겠군 생각함.) 함께 수업도 들어야 하고 돈을 버는 노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어떠한 공부를 해야 하고, 그곳의 사람들 그러니까 죽은 자들과의 교류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 수업에 들어간다. 난 다행히 방가와 함께 죽은 덕분에 다닐 사람이 있다고 ..

night 2020.11.28

20200809 꿈에서 책 읽기

생전 오빠가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소설가 김영하가 책을 출판했다. 연애와 다양한 체험을 담은 것인데 오빠만 인터뷰 한 것이 아니긴 하지만 오빠 부분이 처음부분에 나오고 소설 전반을 끌고가는 주제이기 때문에 꼭 읽어보고싶었다. 그 책을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빠가 그 책을 가지고 있었다. 아빠가 읽은 후에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아빠는 책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고, 그날 드디어 책을 다 읽은 아빠로부터 그것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지키지도 못 할 거면서 이기지 못할 술을 마셔..’ 아빠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책을 건냈다. 책은 주황색표지, 표지는 비닐로 둘러 포장이 되어있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옆에 둔 채 잠이들어야 했다. 꿈이 시작되..

night 2020.08.09

20200727 여러가지 이야기

1. 진라면을 번들로 구매하기 위해 경쟁 2. 외국인들이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영어를 쓰는 남자들이다. 공연을 올리기 위해 왔다고 한다. 시차 적응도 안되었고 하여 밤새 연습을 하더니 5시쯤 나를 불러 주변에 연 식당이 있는지 묻는다.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하는데 혀가 굳어 발음이 뭉개진다. 겨우겨우 그런 식당이 잘 없는데 김밥천국이라는 곳을 잘 찾아보라고. 아마 동네마다 있으니 여기도 있을 거라고 한다. 부엌의 엄마가 나를 따로 부른다. 저들이 먹고 싶은 게 뭐니, 뭐 고기랑 그런 거 먹고 싶나 봐. 재료는 다 있으니 얼마 정도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거기에 맞춰서 엄마가 요리해준다고 해. 그들에게 그렇게 전하고 그들은 훨씬 좋다며 신나 한다. 3. 취재차 왁싱숍에 가게 되었다. 카메라로 현장을 담는 ..

night 2020.07.27

20200510 가시 빼기

호텔방이었다. 고급스러운 곳. 엑스트라 알바를 하러 가서 손을 바닥에 짚었는데 그때 손가락에 작은 플라스틱 가시가 잔뜩 박혔다. 그냥 따끔해서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다음날 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손톱밑 가시들을 하나씩 빼기 시작한다. 갈색과 살구색의 가시들. 눈 앞에 한가득이다. 아파서 포기하고싶지만 꾹 참고 가시를 뺀다. 빼다 지쳐 잠시 쉰다. 엄마가 온다. 뭐하고 있니, 가시를 빼고 있어 너무 아파, 그랬구나 그래도 마저 빼야지. 엥 엄지손톱밑에 파란색 크레파스 머리 부분이 보인다. 크레파스는 또 언제 박힌거야.. 아랫쪽부터 힘주어 올린다. 굉장한 고통과 빠지는 쾌감이 함께한다. 크레파스 띠종이가 안에서 피와 함께 굳었는지 나오지않았다. 종이를 빼내는 것은 더 힘들었다. 나온 종이는 파란색이었었지만..

night 2020.05.10

20200225 나눔산수

꿈에서 이상한 개념의 산수를 만났다. 5-3=8이 일반적인 셈이라면 나눔산수는 (5+ㅁ) - (3+ㅂ) = 8 인 거다. 앞에는 물건이나 음식이고 뒤의 ㅁ,ㅂ은 사람이나 동물 숫자이다. 식을 완성해야 되는 건 물론, 어떤 물건을 어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는지를 서술해야 한다. 예) (5+10)-(3+4)=8 해석) 15개의 사과를 배고픈 친구들 7명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고 8개가 남았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데 어떤 숫자가 오든 어떤 음식이 오든 어떤 사람이 오든 상관이 없고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 초등학교에서 새롭게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night 2020.03.13

20200313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 갑자기 눈을 뜬다. 밖에 소리가 나서 거실로 나가보니 오빠와 친구 몇명이 있다. 투자를 받았는데 취소가 됐다니 어쩌니 하면서 앓는 소리를 주고받는다. 음 오빠는 죽었는데? 이상하다. 오빠한테 가서 가만 살펴보니 그냥 태연한 얼굴. 왜 여깄어? 하니 왜 여기 있으면 안돼? 한다. 모르는 거 같다. 날짜를 보니 과거다. 바로 그 날이다. 오빠가 죽던 날. 그날 오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기로 되어있다. 꿈에서 꿈인 걸 알면서 오빠를 만난 적이 종종 있지만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은 없다. 아니 살아있을 때도 오빠의 얼굴을 한참동안 본 적이 없다. 이번엔 다르다. 한참을 본다. 반갑다. 오빠는 얘 왜이러나 싶은 표정으로 답한다. 친구들이랑 대화를 마치고 일을 하러 나간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night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