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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시던 밤

지삼이 2017. 8. 25. 07:52

방가와 충무로에서 만나 소주 데이트를 했다. 신나게 마시던 중 스팸 문자를 받았다. 집 앞 와인가게에서 5만원 이상 와인 구입시 3만원 상당의 와인잔을 준단다. 대차게 출발했다. 소화시킨다며 한시간을 걸었다. 5만원어치 와인을 사기 위해선 거짓말일지 모를 7만원-3만원 행사 와인을 두 병이나 사야한다. 샀다.

와인을 좋아하는 아빠를 생각한다. 한 병 드리자. 전화를 했다. 당연히 재희와 새언니와 함께 있단다. 전화를 받고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란다. 아빠 집에 있으란다. 갔다.

정확히 십분 후 집앞에 아빠가 도착한다. 얼른 올라가란다. 지선이가 보자고 하다니 너무 좋단다. 와인만 드리고 집에 가려던 우리는 식탁에 마주앉아 아빠가 아끼던 와인을 함께 딴다.

그 후로 2시간 30분. 아빠는 아빠의 이야기를 말 그대로 '쏟아냈다'. 서울로 올라온 이야기, 회사 이야기, 야간대학 이야기, 대학원 이야기, 시간은 계속 흘러 오빠 이야기까지. 요즘의 기분과 불면증까지 고백하신다. 앞으로 20년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서 10월에 태어날 재희 동생을 챙기시겠단다. 언제나 나를 이야기 친구로 삼았던 아빠는 엄마와 새언니와 재희를 걱정하며 나에게 당신의 고민을 토로한다.

아빠도 내가 필요했다는 것을 이제 안다. 충만한 시간이다.

창문 밖 밤공기가 기분 좋게 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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