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동료와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 낯이 익은 여자 하나를 발견한다. 고등학교 동기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코레일 관광상품을 팔 던 것을 본적이 있다. 그 때 동료가 그 친구의 이름을 혼자 중얼 거린다. 학교 동기란다. 늦게 대학에 들어와서 자기랑 동기가 되었다고 하는 걸 보니 일 하다가 대학에 늦게 들어간 모양이다. 이렇게 둘이 동시에 아는 경우도 있냐며 신기해한다.
지하철을 타고 저 멀리 남자 둘을 본다. 또 아는 애다. 워크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 또 동료의 대학 친구들이란다. 계속 놀라움의 연속. 그 친구들에게 나는 꼭 물어 볼 것이 있어 다가간다. 다행히 그 친구들도 나를 기억하고, 과학문제를 풀어야하니 꼭 연락 달라고 하고 헤어진다.
어딘가의 방 안. 작고 선명한 초록색의 애벌레 두 마리가 내 옆으로 온다. 징그럽진 않았지만 왠지 애벌레라고 하니 마음이 좀 힘들다. 한마리는 성충으로 그새 변하여 나에게 자꾸 날아 온다. 무서워서 책으로 밀어낸다는게 그만 중간을 쳐 방바닥에 붙은 채로 두 동강이 난다. 여치를 닮은 성충은 머리 쪽의 상반신을 일으켜 날아가려고 애쓰지만 바닥에 붙어서 쉽지가 않다. 아직 애벌레인 남은 벌레가 나에게 다가와 과학문제를 도와주러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일전에 지하철에서 본 친구들로 가끔씩 애벌레로 변한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문제를 묻고 싶은 친구는 살아있는 벌레친구다. 다행이었다. 친구 덕에 문제는 해결이 되는데 문제를 보기도 해야하고 나에게 말도 하려고 자꾸 내 팔로 기어오르거나 옷에 붙을 때마다 징그러운 기분과 감촉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건 그냥 사람이고 내 친구야. 잠시 변한 거야 자기암시를 걸어도 점점 커지고 무게도 나가는, 어느새 손바닥만해진 애벌레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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