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180501 꿈조각들

지삼이 2018. 5. 2. 16:06

1. 

할머니 댁에 다들 모여 식사를 하는 날. 부랴부랴 아산으로 간다. 봄이 찾아온 할머니댁의 정원. 봄바람이 따스하다. 정원 한가운데 이미 한가득 상이 차려져있고 친척 어르신들, 사촌동생들, 조카들까지 모여 음식을 나른다. 서로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다들 편안한 차림이다. 

그러던 와중 정장을 입은 오빠가 나타난다. 잘 차려입었다. 다들 놀랐지만 놀란 것을 들키면 오빠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는 감정을 공유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원래부터 오기로 한 사람인 척, 자리를 세팅하고 같이 앉아서 식사를 시작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다가 내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사진을 찍어서 남기자. 폰을 꺼내들고 셀카모드로 바꾼 후 높이 들어 전체의 식사 분위기가 잡힐 수 있도록, 특히 오빠가 나올 수 있도록 렌즈 방향을 조절하여 찍었다. 찰칵. 확인한 사진 속에는 오빠는 없고 오빠가 들고 있는 포크의 음식만 둥둥 떠있다. 아, 사진엔 안담기는 구나. 그냥 대화하면서 이 시간에 집중하기로 한다. 



2. 

남자친구가 있다. 그런데 꿈 속에서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나의 전 연인이란다. (꿈을 깨보니 도저히 모르는 얼굴) 다시 만나야 한단다. 무엇에 홀린듯 그러자고 한다. 너무 쉽게 흘러가는데 그 속은 불안이 가득이다. 현재 남자친구와는 이별을 고한다. 남자친구는 당황했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화가 난 채로 돌아간다. 아닌데, 싶으면서도 흘러가는 것들을 잡을 수 없다. 다시 전 남자친구와 사귀게 된다. 그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한 친구가 '퀴즈 형식의 로또'를 사온다. 퀴즈를 다 풀면 1억이 생긴다고 한다. 나의 전남친이었다가 새남친이 된 A는 (편의상 A로) 친구의 로또를 가져오더니 문제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나눠서 풀어야 한단다. 그리고 맞춘 만큼 가져가자고 한다. 문제마다 금액이 매겨져있다. 로또를 사온 친구는 '내 로또인데 왜 네가 마음대로 하냐'라고 말 하지 못한다. 그저 충성한다. 무언가 이상하다. 이런 고압적인 분위기가 너무 싫다. 문제를 풀고 신기하게도 만점, 우리는 1억을 타게 되었다. A의 배당금은 1천만원, 나의 배당금은 2천6백만원이다. 돈이 생겨도 너무 불안하다. 이렇게 그냥 흘러가다가는 원래의 내 남자친구를 잃고 A와 살게 될 것만 같다. 헤어지자고 해야겠다. 마음 먹으며 지희를 만난다. 

우리는 아이슬란드로 갔다. 설경이 눈부시다. 운이 좋게 운전사 한 분이 우리를 태우고 다닌다. 여행에서의 부담감은 사라졌지만 나는 계속 불안하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시 만나자고 해야겠다. 아니 그 전에 A와 헤어져야 한다. 2천6백만원은 A가 아닌 A의 친구를 줘야겠다고 결심한다. 불안한 마음은 계속 되지만 아이슬란드의 풍경에 압도되는 것도 멈출 수 없다. 차를 세우고 펍으로 들어가 창밖의 산을 감상하고 있는데 옆자리 할머니 눈이 반짝인다. 흡, 큰 숨을 들이쉬고 잠시 적막이 흐른다. 펍 마당에 펼쳐진 오케스트라가 눈에 들어온다. 지휘자의 지휘봉이 움직이며 브라스 밴드 연주가 시작된다. 야, 이거 맥주 한잔 해야되는거 아니냐? 지희를 데리고 계산대로 간다. 한잔은 다 못먹겠다는 지희. 그럼 하나 사서 나눠마시자.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한테 전화하면 받을까? 나 다시 만나야 되는데, 지금 한국 몇시야? 이런 생각을 하며 몸은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Can i get a pint something Irish? / Irish? / No nonono sorry Icelandic /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네이버에 들어가보는데 어짜피 폰 상단에는 현지 시간이 나와서 한국 시간을 아는 건 실패. 맥주가 나오는데 1리터짜리다. 이럴거면 두잔을 샀지. 너무 많잖아. 이러다가 다시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은 기분이다. 풍경에 감탄하며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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