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180518 좀비 펜션

지삼이 2018. 5. 18. 10:03

정체불명의,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있는 그룹과 오래된 펜션에 있다. 그들은 작년에도 함께 이 곳에 있던 멤버들로 ‘나를 알고 있다’는 것 외에는 공통분모가 없으므로 서로 어색하게 방을 나누어 잡았다. 그 와중에 멤버마다의 엄마도 함께 있었는데 일본인이다. 우리가 있는 곳은 영어를 쓰는 한 나라다.

작년의 일을 기억한다. 이 곳은 좀비의 습격을 받았고 우리는 영문도 모른체 좀비와의 전쟁을 치렀다. 무사히 탈출한 자들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어쩌자고 우리가 다시 이 곳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곧 좀비가 다시 출몰할 거라는 걸 다들 예감한다.

방안에 있으면 더 위험해, 문을 부수고 들어올거야, 나가서 싸우면 우리가 좀비를 이길 순 있어? 무기도 없잖아, 집안에 있는 것들 살펴봐, 우리는 그렇다 치고 엄마들은 어떡해, 이렇게 많이 모여있다가는 그저 당하기만 할 거야, ​



설전이 오가고 결국 우리는 조를 나누어 각자 살 방도를 찾기로 한다. 당연히 서로에 대한 정보도 신뢰도 없는 자들은 자신의 스펙을 뻥튀기하며 좋은 그룹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일본인과 그 엄마는 겸손한 것인지 수줍은 것인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사람들은 그들을 바보 취급하며 열외 시킨다.

그래도 모두가 모든 그룹에 들어가야 해. 리더격의 친구가 말하자 서로 눈치를 보는데 어깨가 구부정하고 완연한 할머니의 모습을 한 그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다. 결국 어느 한 그룹에 소속 되고 펜션의 티비에는 구성원 모두의 스펙이 소개 된다. 일본 할머니는 미국 특수요원 출신이다. 아차차 하는 사람들. 어느새 일본할머니의 어깨는 곧게 펴있고 시작해보자는 표정.

이제 슬슬 좀비가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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