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20170905 시간여행자

지삼이 2017. 9. 6. 12:48

이상했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나날들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들었다.
센스있고 유쾌하고 싸울 일도 없고 내 감정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차리는지, 완벽한 10여년의 결혼생활이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 하나, 우리가 싸우고 있었다. 또 하나, 답답해하는 내 모습.

그래서 스치듯 방가에게 물었다. 너 돌아온거야?
당황하는 방가. 말을 얼버무리다가 그렇다고 답한다. 스무 번째란다. 알고보니 방가는 시간여행자였고 나와의 관계가 틀어질 때마다 돌아와서 그 일을 일어나지 않게 방지 했던 것. 그래 좋다 그거야. 다 털어놓았지만 니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나랑 살면 나는 모르는 채로 너랑 살겠지? 그런데 그 시간시간대마다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엉망진창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러 가자.

소주를 한 두 잔 마셨을 까, 급격히 취하고 힘들어하는 방가를 본다. 자세히 보니 많이 늙었다. 시간여행을 하며 살아온 시간동안 노화가 진행되었고 겉모습이 30대로 보일지라도 몸 속 나이는 60대가 되어있었다. 더 못마실거 같아, 방가가 말한다.

너 그럼 이제 나랑 술 못마셔?
펑펑 울며 잠에서 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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