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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눈동자

지삼이 2022. 5. 1. 21:04

큰 무대의 통역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용기가 아니라 오만이었다는 것. 전날부터의 긴장감은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드라마 한 편을 보고 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대를 보면서 혼자 생각할 때는 잘만 정리되던 것이 무대에 나가니 들리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하지도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무대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 건데. 

함께 한 분들은 '용기가 좋았다, 처음인데 잘 했다' 라며 위로도 해주시고 '초조하고 성급한게 다 보인다, 머리가 굴러가는 건 보이는데 손은 가만히 있더라,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며 평가와 조언도 해주셨다. 위로에 위안을 얻을 필요는 없다. 내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것은 그냥 곁가지가 아니라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함인데, 내 경험을 위해 그들의 시간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기회를 얻어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상상 속 내 실력과 진짜 내 실력의 그 어마어마한 간극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중요한 배움이다. 오늘, 2022년 5월 1일을 내 통역실력의 0으로 삼고 앞으로 +1, +10, +100이 될 때까지 성급해하지 말고 노력해야지.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내 기술로 함께 할 수 있고, 그것으로 돈벌이까지 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일일 거다. 앞으로 더 좋은 전달자가 되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겠다, 고 오늘 다짐한다. 이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남겨놓는다. 

저 방황하는 눈동자를 이걸 나중에 보고 웃을 수 있으려면 필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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