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Gogo Penguin, go go.

지삼이 2015. 12. 28. 15:14

12월 13일 일요일. 파리 근교 보헤알 지역. 국립공원이 크게 자리잡고 주변에 위치한 집들이 옹기종기 평화롭게 살아가는 동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구멍가게도 찾기 힘든 그 동네에서 Gogo Penguin의 공연이 열렸다. 


여행을 가기 전엔 습관처럼 그 지역의 공연을 검색한다. 어짜피 좋아하는 밴드야 발에 치일 정도니 대충 그 지역에서 할만한 밴드를 검색하다보면 하나는 걸리기 마련. 그래서 만났던 Conor O'berst (Carnegie Hall!), Arcade Fire(O2!). 이번에는 Gogo Penguin (Le Forum, Voreal). 파리 외곽이고 끝나는 시간을 보아하니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을 거 같길래 숙소를 구했는데 숙소를 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게스트하우스도 호스텔도 없어서 결국 티켓값의 6배에 달하는 숙박비를 내고;(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신의 한 수) 공연을 보러 갔더랬다. 




Le Forum. 규모는 작지만 사운드가 굉장했던 곳. 음량이 그렇게나 커지는데 버즈를 잘 들을 수 없었다. 맨 앞줄이었는데도! 

동네 공연장이라 그런가? 고고펭귄과 알렉스오엔을 보러 온 관객들은 5살가량의 아이, 10대 아이들, 2,30대, 아이와 함께 온 중년, 그리고 내 옆자리에서 환호성을 질러대던 6-70은 족히 되어보이는 할머니까지. 젊은이들로만 가득찬 홍대의 클럽을 보다가 이런 광경을 보니 내가 기분이 신선해 안신선해. 좋아 안좋아. 








오프닝 무대를 장식해준 Alex Ohen. 조카로 보이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가 맨앞줄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모든 노래를 따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일종의 재즈페스티벌 기간이었던 거 같은데 이 팀도 재즈풍의 음악을 하는 밴드라 섭외가 된 듯. 모든건 추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비영어권 지역을 여행할때마다 '아 말좀 잘 배워갖고 올걸!' 싶은게, 진짜 그지역의 언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핸디캡이다. 관광이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그나라의 언어가 필수 ㅠ_ㅠ). (내 경우지만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고고펭귄이 나왔다!

200명 남짓 들어가는 공간에서 고고펭귄을 본다는 건 굉장한 벅참을 선사했다. 게다가 빠순이처럼 맨앞줄에 서서 ㅋㅋ 맨앞줄이 아니면 안됐던 이유는, 다들 나보다 20센티 이상이 컸다. 남자고 여자고. 나 거인국 온 줄. 프랑스 사람들이 원래 이렇게 컸나. 




처음에는 불어로 몇 마디를 하려고 했으나 3곡째가 되면서 포기했다. 미안하다고, 불어는 여기까지라고. 그러자 내 옆 할머니가 외쳤다. 당신 불어 끝내준다고 ㅋㅋ. 그 후엔? 나는 편해졌지.


 



소극장이다보니 분위기가 엄청 훈훈. 보너스곡 호포포노를 연주하기 전에, 

'이 연주가 끝나면 저 뒤에 있을테니까 시디 살사람 사고 사인받고싶으면 오고 사진찍고싶어도 오고 말하고싶어도 오고 같이 놀려면 와여' 라고 하더라. 사람들은 여유있게 그들에게 갔고 나도 시디를 사들고 사인을 받으러 갔다. 불어가 오가는 그곳에서 영어로 외쳤다. 너네 보러 한국에서 왔다고. 말도 안되지 사실. 저긴 파리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니고. 

"You Lie! No! You are Crazy!" 라며 심하게 좋아했다. (ㅋㅋ). "She came here to see us from Korea, No way."라며.. 같이 사진을 찍자길래 당당히 폰을 콘트라베이스씨에게 넘기고 '당신이 키가 크니 당신이 촬영버튼을 눌러라(ㅋㅋ)."


자기들도 재밌었는지 촬영버튼을 연신 누르는 통에 나온 이 컷도 맘에 들어. 




훈훈하고 기분좋았던 고고펭귄 공연 관람기. 



짧게 줄인 마지막 곡 호포포노.



반응형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말을 끝으로 너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면  (0) 2016.02.16
Anetz  (0) 2016.01.10
절교  (0) 2015.11.22
모르겠다  (0) 2015.11.18
Closer  (0)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