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3

cafe

남자가 온다. 한참을 기다린다. 주변을 흘낏거린다. 나와도 두 번 눈이 마주친다. 일 하러 왔나? 이어서 여자가 온다. 서로 마주보는 순간 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진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와 둘 사이의 테이블로 어린 여자 둘이 들어온다. 입구에서부터 호들갑이다. 새로 나온 립 컬러, 뱀파이어, 내년부턴 못 놀아, 나도 늙었네, 한참을 이야기 하다 일어선다. 나도 따라 시선을 옮긴다. 두 여자가 일어선 자리에 다른 두 여자가 들어와 앉는다. 맞은 편에는 멀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넷이 와 앉는다. 태권도 금메달을 땄네, 김연경이 좋네, 몰디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싶네, 예의 그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빠른 속도로 카페를 빠져나간다. 여자는 그저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본다. 나와 ..

day 2016.08.18

어짜피 모두를 만족시키는게 불가능하고

모든이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진짜 나를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과 일면 통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충만한 삶이지 않을까. 멋대로 사는 사람이었는데 '더 멋대로' 살고 있는 사람. 그의 작품을 보며 함께 나이먹어가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는데 역으로 '더 멋대로 살고있는' 지금 '지금보다 덜 멋대로'였던 그의 모습을 살짝 엿본다는 건 더 재미가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그는 위선적이지는 않으니깐. 나도 더 멋대로 살아야지. 멋대로가 답이다. 생긴대로가 답이고.

day 2016.07.28

헤르만의 정원

꿈에서 우린 어느 황량한 공원을 찾았다. 원래는 숲이었던, 후에는 인간의 무지가(오만한 측은지심이) 가득 담긴 '잘 조성된 공원'이었던, 지금은 흙밭의 공원. 모두는 나름의 과제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환경적 사안을 하나 찾아 페이퍼를 작성해야 하는 것. 각자는 다양한 시선으로 공원의 문제점을 찾아나서고 있었다. 나는 꽤 먼 거리에 자리한 두 호수 속 물고기의 종이 100%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고(아니 어떻게?), 그걸 통해서 호수가 원래는 거대했지만 흙으로 메워 땅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동료는 지나가며 '너무 뻔한거 아니야?' 라며 가벼운 말을 던졌고 그 말에 나는 풀이 심하게 죽어서 종이를 호수에 던져버렸다. 에이 안해 몰라.아주 안 좋은 버릇이다. 자꾸만 쉽게 놔버리는 행동을..

day 2016.07.10

하현우

라스에 나오는 하현우를 보고 있다. 그의 그간의 삶과, 지금의 구름위. 물론 방송에 나오기 전에도 알 사람은 다 알고 부러워 할 사람은 차고 넘쳤던 밴드였지만, 그는 지금이 말도 안 되는 영화일 것. 참 묘하다. 사실 뭐, 알 사람은 알겠지. 이런 생각들을 할 때마다 마음을 추스른다. 와 나 나이 많이 먹었구나. 그리고 아마 하현우는 알거다. 지금 인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그래서 그냥 노는 마음으로 나왔다는 거. 예전같다면 많이 부러웠을 거 같다. ​지금처럼 계속 쭉 멋있게 잘 살고 싶지만.

day 2016.06.26

서울재즈페스티벌

미국과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과묵할 줄만 알았던 뮤지션들이 관객과 나누는 대화는 참 놀라웠었다. 한국만 오면 과묵해지는, 뭐 그래 한국말 몰라서 그렇겠지. 영어로 떠들어봤자 우리가 못알아들으니깐 그렇겠지. 그래도 '안녕하세여! 쎄울!!' 정도는 하잖아? 그래서 고고펭귄의 프랑스 공연이 인상깊기도 했다. 뜨문뜨문이지만 공연 시작부터 2-30분을 불어로 이야기 하려고 했으니깐. 그런데 서재페에서의 고고펭귄은 여느 내한 그룹과 같이 과묵했다. ㅠ그래도 머시쪄 ㅠ 고고펭귄 만세 그래서 Rufus 아저씨의 끝없는 멘트 행진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원래 타입도 그렇겠지만 (고고펭귄의 열혈불어가 자꾸 아른거려ㅠ), 100-200명올줄 알았는데 가득찼다며 어메이징을 연신 외치며 고맙다고 하며 노래를 하는데 노래가 또 ..

day 2016.05.31

초가삼간 다 태우자

현재 방에서 쌀나방(추정) 24마리를 잡았다. 오늘 개미에게 3방을 물렸고 개미약도 뿌렸다. 나방과 개미의 진원지를 찾지 못한 채 빛의 세계로 나온 놈들만 부랴부랴 처리하고 있는 모습. 흡사 아토피를 예방하기 위해 술과 밀가루를 끊을 생각은 안하고 스테로이드제만 처발처발 하는 나의 모습과 겹쳐진다. 내 방은 나를 닮았다. 확 불태워서 다시 짓고 싶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day 201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