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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9 너무 간 감독과 사랑에 빠진 배우들

오래된 성에서 영화촬영중이다. 여자배우는 시각장애인이다. 극 중 역할도 시각장애인이다. 지금 촬영은 남자가 고성에 혼자 남은 여자를 찾아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는 씬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성이 오래 되고 위험한 곳이라는 것. 감독은 현실감을 극대화시키겠다며 여자에게 이 곳이 어디인지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인지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다. 여자는 잔뜩 긴장한 채로 서있고 그 뒤로 남자가 원형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계단 한가운데 뚫린 원형 기둥 속으로 빠져 죽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며 내려온다. 감독은 여기서도 상황을 위하겠다며 계단에 기름칠을 해 놓았고 남자는 몇번이고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도 여자에게 무사히 다가간 남자. 귀에 대고 '저 왔어요' 라고 귓속말을 한..

night 2017.03.09

봄눈

눈이 많이 내려 우산을 쓰고 걸었다. 우산을 든 손이 전혀 시리지 않았다. 봄눈이었다. 콤프레샤 무거울텐데. 계획범죄였을까 생계형이었을까. 우리는 느리고 더디지만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언어를 맞추는 일인가보다. 나같지 않은 너와 너같지 않은 내가 나누는 '우리'의 이야기. 맞춰진 만큼 더 큰 즐거움과 행복과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day 2017.02.22

20170219 꿈

. 일제시대 일본으로부터 부모를 잃은 나는 한국인들이 사는 사는 고아원 비슷한 곳에 있다. 그곳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고 동료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주인의 맘에 들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거 같다. 우리는 계획을 세운다. 일본 주인이 시내에 나가서 일을 보는동안 이 집을 요새처럼 꾸며서 그들이 돌아왔을 때 소탕하기로. 때마침 그날은 집안 잔치가 있는 날이었고 집안 어른들은 시내에 나가 저녁에나 들러오기로 되어있고 우리는 집에서 집안 잔치를 꾸며야 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일단 마당으로 향해있는 미닫이 유리 문을 다 잠가야 한다. 그래야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오고 그때 소탕할 수 있다. 도망가려고 할 때문 분명 넓은쪽안 여닫이문을 열태니깐. 부엌과 안채를 요새로 꾸미는 것의 총괄을 맡은 나는 친구..

night 2017.02.19

고양이, 쥐, 개

'살려주세요, 꺼내주세요.' 설거지를 하던 중 물줄기 사이로 들려오던 작은 목소리.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창문 틀에 작은 고양이가 끼어있었다. 태어난 지 1,2주도 채 안돼보이는 작은 고양이. 왜 거기 있어? 아니 왜 내가 니 말을 알아들어? 가끔 그러더라구요. 창문을 살짝 열고 고양이를 빼낸 후 방으로 가서 조심스레 문을 닫고 침대 위에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펑, 윤경이가 나타났다. 너 뭐야? 저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어요. 뭐가 진짠데? 모르겠어요. 길고양이예요. 그럼 어디서 자? 물탱크 위에서 자요. 우리집 물탱크? 아니 여기 저기요. 친구들 데리고 와도 돼요? 너무 추워서 힘들어해요. 그래 데려와. 방 창문을 열자 쥐가 쪼르르 들어오고 이어 개 한마리가 점프를 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순간..

night 2016.12.06

외할머니 안녕

우리 외할머니는 욕을 참 잘 하셨다. 친절하지도 않으셨고 화도 많이 내셨다. 키는 작았지만 몸집도 크셨다. 그래도 항상 외갓집에 가면 식구들이 웃는 소리가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시끌벅적. 외할머니는 보신탕을 잘 만드셨다. 매년 여름이 되면 외삼촌은 개를 사오고 외할머니는 그 개를 가지고 보신탕을 끓이셨다. 처음엔 수육을 삶아서 먹다가 나중에는 탕을 끓이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남은 건 싸와서 며칠을 더 먹었더랬다. 또 외할머니는 술을 잘 만드셨다.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렸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셨기 때문에 외할머니의 술을 마셔볼 기회가 없었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중학생때 돌아가셨다. 아마 14살 무렵이었던 거 같다. 외할머니는 상실감이 너무 크셨는지 매일 외할아버지의 무덤에 다녀오셨..

day 2016.11.15